토요일 정오. 날이 흐렸다. 아침에 선배가 닭백숙 해준다고 건너오라고 했었다. 전화를 걸었다.
"뭐 하십니까."
"너 기다리고 있지."
"자다 깬 목소린데요? 어디서 뻥을 쳐요."
"아냐. 기다리고 있었어!"
왕십리에서 흑석동까지 지하철로 40여 분의 거리.
"형. 나 왕십리에요. 지금 바로 가면 되지요?"
"어. 바로 와."
이촌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까지 왔니?"
"지금 이촌역이에요. 동작 가서 한 번 더 갈아타야 할 거 같은데요."
"그래? 난 지금 이 거사랑 장 보고 '너 기다릴까?'하고 있는데……."
"먼저 들어가요, 형. 날도 추운데 뭘 밖에서 기다려요."
"알았어."
"형. 근데 제가 뭐 사가면 되지요?"
"우리가 술을 안 샀거든? 소주나 두어 병 사와. 담배도 한 갑 사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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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양동이가 가스렌지 위에서 부글부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선배는 감사하게도 '야, 밥 좀 먹어.'라며 밥부터 차려줬다. 아니, 이 냥반이 내가 허기진 걸 어떻게 알았지?
선배가 차려준 밥을 잘 먹고 띵까띵까 맥주를 마시며 놀다 보니 엄나무를 넣고 무려 두 시간을 끓인 닭백숙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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