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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2011/12/29 03:17 from 잡담
# 1
"형!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아녀. 내가 왜~애?"
"왜긴 뭐가 왜여. 다 죽어 가잖어요."
"아녀. 누워 있어서 그려."
"누워 있어요?"
"그려. 불러 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그렇다. 너는 어떠냐?"
"나도 그렇지요 뭐.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어요."
"푸하하. 그럼 우리 볼까?"
"그럴까요?"

사실,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일도 있어서 멀리 움직이기 귀찮았지만,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전화를 끊을 수 없어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다. 

일요일 오후의 2호선에서 나는 운 좋게도 빈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읽다가 만 하루키의 1Q84의 나머지를 가는 동안 읽었다. 신림역에 먼저 도착했다. 선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찬바람이 쉬임없이 불어왔다.


# 2
"뭐 먹을래? 조개구이 먹을래?"
"좋지요."

멀리 골목 한쪽 어름에 해물탕집이 보였다.

"해물탕 먹을래?"
"저야, 회 말고는 다 괜찮은데요. 일단 주류(酒類)먼저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야, 야. 술은 무조건 소주지!"
"그럼 아무래도 국물있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 그게 날까?"

걷다보니 제법 큰 포장마차가 보였다. 조개구이 집이다.

"어, 내가 오다가 너랑 여기 갈까 하고 봐뒀었거든. 어때 보이냐?"
"조개 구이도 괜찮지요. 형은 어때요?"
"난 다 괜찮어."
"근데 좀 추워 보이는데요. 난로도 없고. 덜덜 떨며 술먹긴 좀 그렇잖아요."
"그지?"

하여, 우리는 걸음을 돌려 해물탕을 먹으러 갔다.
해물탕집에 들어서자 선배는 크게 외쳤다.

"여기 해물탕 대짜하고요, 소주 한 병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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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

2011/11/16 02:28 from 잡담
로그인이 필요한 사이트마다 비밀번호를 모두 다르게 설정하고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비밀번호를 잊지 않았는데……, 요즘은 오랜만에 로그인하려는 사이트마다 한참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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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2011/10/06 22:36 from 잡담
가을로 접어든 듯하던 날씨가 시간을 거슬러 한여름의 더위를 내뿜던 토요일, 머리속에 먼저 떠올랐던 건 떡볶이였다.
10초쯤 고민했다. 동네 떡볶이 집은 맛이 없다. 어떤 집은 너무 달고, 어떤 집은 너무 맵고 짜다. 그렇다고 직접 해 먹기엔 귀찮고 번거롭다. 어떻게 하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견인 : 어디냐?
친구 : 왜?
견인 : 뭐해?
친구 : 나 지금 주문진 와 있어. 식당이야.
견인 : 언제 그리 점프했대. 근데 너 회 안먹잖아.
친구 : 그렇게 됐다. 그건 그렇고 내일 저녁때 집에 있을거지?
견인 : 왜?
친구 : 어. 네 생각나서 오징어랑 쥐포 좀 샀어.

뻥치시네! 네가 나 주려고 샀겠냐? 작업중인 아가씨 주려고 샀겠지.
더위가 가기전에 바닷가에서 찐한 로맨스 하나 만들겠다더니 기어이 바닷가에 간 모양이다.

친구를 불러서 떡볶이를 만들게 하려는 계획은 물건너 갔다. 부르면 "내가 출장 요리사냐!"라고 투덜대긴 하지만, 한 번도 거절한 적 없이 달려와서 솜씨좋게 이것저것 뚝딱 만들어내던 녀석인데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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