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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왔니?

2012/02/28 04:34 from 잡담
토요일 정오. 날이 흐렸다. 아침에 선배가 닭백숙 해준다고 건너오라고 했었다. 전화를 걸었다.

"뭐 하십니까."
"너 기다리고 있지."
"자다 깬 목소린데요? 어디서 뻥을 쳐요."
"아냐. 기다리고 있었어!"

왕십리에서 흑석동까지 지하철로 40여 분의 거리.

"형. 나 왕십리에요. 지금 바로 가면 되지요?"
"어. 바로 와."

이촌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까지 왔니?"
"지금 이촌역이에요. 동작 가서 한 번 더 갈아타야 할 거 같은데요."
"그래? 난 지금 이 거사랑 장 보고 '너 기다릴까?'하고 있는데……."
"먼저 들어가요, 형. 날도 추운데 뭘 밖에서 기다려요."
"알았어."
"형. 근데 제가 뭐 사가면 되지요?"
"우리가 술을 안 샀거든? 소주나 두어 병 사와. 담배도 한 갑 사오고."

--**--**--**--

커다란 양동이가 가스렌지 위에서 부글부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선배는 감사하게도 '야, 밥 좀 먹어.'라며 밥부터 차려줬다. 아니, 이 냥반이 내가 허기진 걸 어떻게 알았지?

선배가 차려준 밥을 잘 먹고 띵까띵까 맥주를 마시며 놀다 보니 엄나무를 넣고 무려 두 시간을 끓인 닭백숙이 완성되었다.

老총각 露총각 셋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닭백숙을 먹으며 연신 '캬~ 맛있다!'를 연발하던 토요일의 오후는 그렇게 흘러만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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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2011/12/29 03:17 from 잡담
# 1
"형!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아녀. 내가 왜~애?"
"왜긴 뭐가 왜여. 다 죽어 가잖어요."
"아녀. 누워 있어서 그려."
"누워 있어요?"
"그려. 불러 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그렇다. 너는 어떠냐?"
"나도 그렇지요 뭐.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어요."
"푸하하. 그럼 우리 볼까?"
"그럴까요?"

사실,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일도 있어서 멀리 움직이기 귀찮았지만,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전화를 끊을 수 없어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다. 

일요일 오후의 2호선에서 나는 운 좋게도 빈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읽다가 만 하루키의 1Q84의 나머지를 가는 동안 읽었다. 신림역에 먼저 도착했다. 선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찬바람이 쉬임없이 불어왔다.


# 2
"뭐 먹을래? 조개구이 먹을래?"
"좋지요."

멀리 골목 한쪽 어름에 해물탕집이 보였다.

"해물탕 먹을래?"
"저야, 회 말고는 다 괜찮은데요. 일단 주류(酒類)먼저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야, 야. 술은 무조건 소주지!"
"그럼 아무래도 국물있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 그게 날까?"

걷다보니 제법 큰 포장마차가 보였다. 조개구이 집이다.

"어, 내가 오다가 너랑 여기 갈까 하고 봐뒀었거든. 어때 보이냐?"
"조개 구이도 괜찮지요. 형은 어때요?"
"난 다 괜찮어."
"근데 좀 추워 보이는데요. 난로도 없고. 덜덜 떨며 술먹긴 좀 그렇잖아요."
"그지?"

하여, 우리는 걸음을 돌려 해물탕을 먹으러 갔다.
해물탕집에 들어서자 선배는 크게 외쳤다.

"여기 해물탕 대짜하고요, 소주 한 병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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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11/12/22 09:48 from 잡문
겨울. 태양이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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